당신을 응시하는 요리
양, 돼지, 심지어 염소 눈알까지 맛본 사람으로서 저는 어떤 안구 요리도 놀라게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사카 이자카야에서 야구공만 한 참다랑어 눈알 두 개와 마주하던 순간까지는요.
사케 탓이라고 치자고요. 하지만 일본이 참다랑어는 물론 그 눈알까지 생선회로 즐긴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죠. 접시에 올라온 직경 9cm가 넘는 두 개의 반짝이는 구체는 SF 호러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 저를 응시하고 있었어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의료 해부대에서 가져온 듯한 해부학 전시품 같았죠.
왜 참다랑어 눈알은 이리 큰 걸까?
이건 일반 참다랑어 눈이 아니었어요. 몸길이 2.5m에 달하는 큰눈참다랑어의 눈알이었죠. ‘큰눈’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귀에 잘 들어오는 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의미였어요. 
접시 위에서 드웨인 존슨의 주먹보다 큰 두 눈알이 노려보는 걸 상상해보세요. 초현실적이기만 한 게 아니라 러브크래프트 소설 같은 공포감이 몰려옵니다.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평가하고, 말없이 도전하는 듯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죠.
일본인 친구는 열정적으로 포크와 숟가락을 건넸습니다. “감시카메라를 먹는 기분이에요.” 라고 농담했죠. “이걸 먹으면 미래가 보일지도 몰라요.”
접시 위 해부학 수업: 참다랑어 눈알 먹는 법
돼지나 양 눈알과 달리 참다랑어 눈알은 한 입에 넣기엔 너무 커요. 눈알을 먹는 건 외과 수술을 하는 듯한, 물고기 해부학 체험입니다.
1단계: 각막과 동공을 따라 칼로 조심스럽게 절개합니다. 티컵 뚜껑을 여는 것처럼요.
2단계: ‘참다랑어의 눈물’이라 불리는 수정체를 파냅니다. 일본 미식가 중엔 사케에 담가 먹는 이들도 있죠.
3단계: 유리체, 방수, 주변 근육을 파헤칩니다. 쫄깃함에서 젤리 같은 질감까지 다양한 식감이 입안 가득 번집니다.
친구는 맛을 “생선 맛 나는 포도”에 비유했어요. 동의하진 않았지만 호기심이 앞섰죠. 사케가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 틈을 타 첫 입을 떼었습니다.
심연의 맛: 참다랑어 눈알은 어떤 맛일까?
혀에 닿는 순간 짠맛과 젤리 같은 질감이 밀려왔어요. 짜고 끈적이며 미끈하면서도 이상하게 탄력적이었죠. 각막은 연골처럼 바삭했고 유리체는 따뜻한 젤리가 흘러내리는 듯했습니다. 낯선 식감을 넘기려면 사케가 필수였죠.
대학 시절 의대생 여자친구가 시체 눈알을 해부하던 모습이 떠올랐어요. 지금은 테이블 건너 일본인 친구가 그때와 똑같은 집중력으로 제 식사를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바다의 진정한 맛에 온 걸 환영해.” 그는 술잔을 들며 말했죠.
생식 vs 조리: 익힌 게 더 나을까?
생눈알의 여운을 지우기 위해 찜, 조림, 구이, 볶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된 눈알을 맛봤어요. 놀랍게도 조리법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었죠.
데리야키 눈알: 간장으로 글레이즈한 눈알은 형태를 유지한 채 비린내를 대폭 줄였어요. 공막(흰자 부분)은 짭조름한 소스 담는 자연산 ‘그릇’ 역할까지 했죠.
찜 눈알: 부드럽고 담백해 먹기 부담없었어요. 콜라겐이 풍부한 국물은 진한 생선탕 맛이 났죠.
구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겉은 살짝 타들어가 스모키 향이 강한 비린내를 잡아줬죠.
눈알 먹는 고수들의 조언은 ‘천천히 씹으라’는 거예요. “오래 씹을수록 풍미의 층이 드러납니다. 급히 삼키면 우마미 여정을 놓칠 거예요.”
영양 보물인가, 건강 위험인가?
미식적 모험을 넘어, 참다랑어 눈알은 심장 건강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요. 친구는 눈알을 “생선 영양의 왕”이라며 부정맥 예방 효과까지 있다고 자랑했죠.
아이러니하게도 영양소로 심장을 진정시키기 전, 공포감 때문에 심장이 미친 듯 뛰게 만듭니다. 심혈관 건강을 위한 기묘한 당근과 채찍 전략 같아요.
하지만 함정이 있습니다. 일본에선 세균 오염 위험으로 생눈알 섭취가 더 이상 대중적이지 않아요. 친구는 제가 눈알을 다 먹은 뒤에야 이 사실을 알려주며 “세균 죽이려면 사케를 더 마셔야지”라고 농담했죠.
일본에서 베트남까지: 초문화적 별미
눈알 요리로 유명한 일본뿐만이 아닙니다. 베트남 푸옌 지방에선 참다랑어 눈알 수프가 진미로 통하죠.
현지에선 도자기 냄비에 허브와 향신료를 넣고 눈알을 푹 끓여요. 현지인들은 이를 “한 냄비에 우주를 끓이다”라고 표현합니다. 국경도 정의도 없는 혼돈의 풍미 조합이죠.
최종 판결: 도전해볼 만할까?
참다랑어 눈알 먹기는 단순한 미각 체험이 아닙니다. 낯선 것과 마주하고 망설임을 극복하며 심해의 응시를 견딜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경험입니다.
도전할 계획이라면 세 가지 황금률을 기억하세요:
- 출처를 믿을 수 없다면 생식보다 조리된 것을 선택하세요.
- 입맛을 깨끗이 하고 세균을 죽이려면 강한 사케와 함께 드세요.
- 풍부한 질감과 풍미를 느끼려면 천천히 씹으세요.
일본에선 참다랑어 눈알 한 개가 100~400엔(약 1~3달러)로 대담한 미식가에게 합리적인 모험을 선사합니다. 대부분 슈퍼마켓 수산물 코너에서 얼음 위에 올라간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조용히 평가하고 있죠.
자, 바다의 눈알과 맞설 용기가 있나요? 도전한다면 사케를 잊지 마세요. 분명 필요할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