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람들은 광둥 사람들처럼 음식에 대한 열정이 대단합니다. 동서양 문화가 혼재된 이 도시는 활기찬 푸드 씬을 자랑하죠. 북적이는 레스토랑과 찻집부터 뒷골목의 히든 젬까지, 맛있는 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어묵, 딤섬, 대패동은 다양한 입맛과 예산에 맞는 풍성한 식사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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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움직이는 도시
홍콩의 삶은 광속처럼 흘러갑니다. 하지만 저녁이면 가장 우아한 전문직 종사자들도 소박한 포장마차에서 휴식을 취하죠. 혼돈 속에서도 훌륭한 한 끼가 필수임을 증명하듯, 그들은 맛있는 식사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미식가들에게 홍콩 여행은 순수한 식도락 여정이자 꿈이 실현되는 순간입니다. 지난번엔 홍콩 기념품, 클래식 브랜드, 구운 고기를 소개했는데요, 이번에는 또 다른 푸드 아이콘 ‘어묵’을 탐험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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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상징, 어묵
어묵은 홍콩인의 일상 속에 깊이 자리잡은 음식으로, 클래식 홍콩 영화에서도 단골 소재로 등장합니다. 에서 유덕화가 장학우에게 어묵 장사를 권하는 장면은 소박하지만 정직한 삶의 방식을 보여주죠. 하지만 장학우가 연기한 불안한 청년에게 이 일은 고문과 다름없었습니다. 그는 차라리 거리에서 죽음을 택하겠다고 말하죠. 에서는 장위건이 거대 어묵을 집어들며 짝사랑 상대를 바라보는 코믹한 장면이 압권입니다. TVB 스타 호미려는 어묵을 주식으로 삼아 2개월 만에 14kg을 감량한 경험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지방 함량이 낮으면서도 포만감을 주는 어묵은 다이어트 식단으로도 완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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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인들의 어묵 사랑은 어느 정도일까요? 2002년 한 온라인 루머에 따르면 홍콩인들은 하루에 375만 개의 어묵을 소비하며, 1인당 연간 185개를 먹는다고 합니다. 현재는 이 수치가 더욱 높아졌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어묵은 시대를 초월한 홍콩의 길거리 음식이자 추억의 맛입니다. 많은 이들이 학교 근처에서 자라며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 꼬치에 꽂은 어묵을 달콤한 칠리 소스나 커리 소스에 찍어 먹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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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의 홍콩 정착사
어묵이 홍콩에 도입된 것은 1950년대입니다. 당시 홍콩은 급성장
어묵: 모든 기분에 어울리는 맛
현재 홍콩에서는 크게 두 종류의 어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인기 있는 커리 어묵으로, 상어고기 20~30%에 밀가루와 양념을 섞어 튀긴 후 꼬치에 꽂아 판매합니다. 대부분 대량 생산되며 특제 소스로 고객을 유혹하죠. 매콤하고 달콤한 소스에 커리 파우더가 더해져 풍부한 맛을 자랑합니다. 학생과 직장인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 스낵은 깔끔한 맛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맑은 육수에 데친 기본 어묵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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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류는 차오산식 수제 어묵입니다. 이는 더 많은 수고가 들어갑니다. 훌륭한 어묵을 만들기 위해서는 양질의 재료가 필요하죠. 전통적으로 구공어, 와리멸, 황복 등을 혼합해 사용했습니다. 비늘과 가죽, 뼈를 제거한 후 생선살을 반죽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 손으로 직접 동그랗게 빚어내죠. 좋은 어묵은 매끈하고 탱탱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탄력적이면 안 됩니다! 현재는 구공어를 구하기 어려워 냉동생선을 사용하는 업체들이 많아졌고, 이로 인해 부자연스럽게 ‘쫄깃한’ 식감의 어묵이 등장했습니다. 홍콩 토박이들에게는 생선 본연의 맛이 사라지고 인공적인 맛이 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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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 제조의 기술
어묵 만들기는 힘든 작업입니다. 요리사들은 새벽 4시나 5시에 일어나 생선 반죽을 완벽한 농도가 될 때까지 계속 두드립니다. 이 모든 수고는 한 알의 완벽한 어묵을 만들기 위한 것이죠. 젊은이들은 이런 힘든 작업을 견디기 어려워합니다. 결과적으로 전통 방식의 어묵 제조업자들은 은퇴하고 기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죠. 진정한 홍콩식 어묵을 찾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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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어묵을 찾을 수 있는 곳
홍콩에서 어묵을 맛보고 싶다면 진품 여부와 상관없이 꼭 도전해볼 만합니다.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어부들이 거주했던 타이포나 청차우 같은 지역을 방문해보세요. 청차우는 분주한 섬이지만 어촌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평온한 추억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완벽한 장소죠. 여기서는 테니스 공만한 ‘자이언트 어묵’을 블랙페퍼, 커리, 바비큐, 매실 소스 등 다양한 소스와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소형 어묵을 원한다면 수제 어묵을 만드는 마지막 장소 중 하나인 ‘Kam Wing Tai Fish Ball’을 찾아가보세요. 주말에는 항상 긴 줄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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